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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금남의 방 '수유실', 아빠 출입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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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17-05-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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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의 방 '수유실', 아빠 출입 허하라"
'아빠육아' 말만 하지 말고, 인프라 확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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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엄태웅, 이휘재는 열악한 육아편의시설로 인해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KBS 화면 캡처
지난 1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배우 엄태웅이 18개월 된 딸을 데리고 공원 나들이에 나섰다가 기저귀를 갈아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 아이를 안고 허둥지둥 거리던 엄태웅은 결국 좁은 화장실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로 기저귀를 갈아야만 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이휘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쌍둥이 아들들과 마트 구경을 나섰다가 기저귀에 큰일(?)을 본 아이를 데리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방송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얼핏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진땀을 뺀 아빠들이 비단 엄태웅, 이휘재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와 단 둘이 외출했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은 아빠들이 열에 아홉이 된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 아빠가 아이와의 외출이 꺼리는 이유는?
최근 정부는 저출산 시대의 대처 방안으로 다양한 출산 정책과 육아편의시설들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지만, 유독 아빠를 위한 정책이나 편의시설은 미비한 상태다. 아이의 자신감, 창의성, 사회성,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빠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
엄태웅이나 이휘재의 경우 역시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만 설치돼 있어도 어렵지 않게 해결했을 문제였지만 남자화장실에서 기저귀 교환대를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들을 위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지만, 신축 건물이나 증·개축의 경우에 한하고 있는데다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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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유실은 전국에 확대 설치되고 있는 중이지만 남성이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대형마트 수유실은 문에 아빠의 출입 자제를 부탁하는 팻말을 붙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심우리 기자 ⓒ베이비뉴스
수유실도 마찬가지. 모자보건법 제10조 3에 따라 전국에 확대 설치되고 있는 중이지만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하고 있을 경우 남성은 들어갈 수 없다. 혼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아빠들이 수유실을 찾아서 기저귀를 갈거나 음식을 먹이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좁은 화장실 구석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차가 주차돼 있는 주차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아빠도 수유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수유공간과 휴게공간, 기저귀 가는 곳을 분리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유실을 남성은 들어갈 수 없는 '남성 출입 금지' 공간이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수유공간과 휴게공간, 기저귀 가는 곳을 분리해 놓으면, 남성들이 휴게공간이나 기저귀 가는 곳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은 수유공간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남성 출입 고려 안하고 만든 수유실, 남녀간 불편한 상황 발생
남성의 출입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수유실 공간 때문에 수유실 이용객들 사이에서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포털사이트나 육아관련 카페 게시판에는 수유실에 들어오는 남성들 때문에 불쾌하다는 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11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백송이(31) 씨는 얼마 전 한 광명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 마트에서 모유 수유를 하던 중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모유수유 중에 한 남성이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불쑥 들어온 것. 백 씨는 “칸막이나 커튼이라도 쳐져 있으면 모를까, 뻥 뚫려있는 공간이다 보니 숨을 공간도 없었다”며 “낯선 남자 앞에서 젖가슴을 내놓고 모유 수유하는 일이 쉬운 일인가? 다행히 민망하셨는지 남성분이 바로 나가기는 했지만,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수유실을 빠져나왔다”며 당시 난감했던 상황을 털어놨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는 수유실과 휴게실, 기저귀 교환하는 곳이 분리돼 있지만, 곳에 따라 수유시설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백 씨와 같은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빠들도 할 말은 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상수(35) 씨는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가 따로 떨어져 있는 수유실에도 아빠 혼자 들어가면 주변 시선이 곱지 않다”며 “수유라는 게 모유 수유만 수유는 아니지 않나. 그럼 분유 수유를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빠는 어디서 수유를 하라는 말인가. 여성들에게 맞춰진 수유실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렇듯 수유실이 계속 ‘금남(禁男)의 방’으로 여겨질 경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성품협회 대표 및 건양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이영숙 교수는 “아이를 챙기거나 수유를 하는 것이 엄마의 몫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보니 남성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아빠육아에 대한 필요성을 강요하기보다 아빠 스스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만 ‘육아’는 여성이 도맡아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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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실이 계속 ‘금남(禁男)의 방’으로 여겨질 경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이비뉴스
◇ 금남의 방, 가족 공간으로의 재탄생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만 사용할 수 있던 장애인화장실이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족화장실로 변하고 있는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화장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족으로, 화장실 미화원의 창고로 전락하고 있는 장애인화장실을 유아용 변기와 기저귀 교환대 등을 설치한 가족화장실로 바꾸자 이용률이 높아진 것은 물론, 만족도도 높아진 것.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장애인화장실을 온 가족이 쓸 수 있는 가족화장실로 바꾸고 있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문화 개선 및 인식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특히 수유실의 경우 남성 출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데, 온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가족수유실’을 늘려가는 것이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엄마 아빠가 많이 찾는 임신출산육아박람회에서 처음 도입된 ‘가족수유실’은 엄마아빠 모두 이용할 수 있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가전람의 코베 베이비페어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엄마수유실, 온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수유실이 따로 마련돼 아빠는 물론, 엄마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이가전람 관계자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면서 전시장을 찾는 아빠를 위한 공간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며 “가족수유실을 비롯해 보다 나은 시설을 통해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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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 전시장에서 세계전람이 주최한 제11회 인천임신출산유아용품유아교육전(인천 베이비앤키즈페어)에서 한 아빠가 가족수유실에서 자녀를 품에 안고 걸어나오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온 가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 가족수유실이 설치된 곳은 전무하다. 유일하게 국립중앙박물관이 (여성만을 위한) 수유실과 가족수유실을 함께 운영했지만, 사용자가 적다는 판단아래 가족수유실을 없애버렸다. 대신 두 공간을 합치고, 아기침대 등의 편의시설을 보강해 보다 나은 수유실로 업그레이드했다고는 하지만 첫 가족수유실이 제대로 빛을 못보고 사라진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빠가 육아를 분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 방안이나 시설 등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현재 수유실에 관한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남자들도 수유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자주 발생해 아빠들을 위한 시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녀 구분이 될 수 있는 출입구를 만들거나 하나의 출입구로 들어가 남녀가 구분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공간이나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현실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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